전문가 "권력기관보다 '약자' 느낌 줘 경계심 해제하는 수법"
A군이 정답을 내자 '이벤트 안내 페이지'라는 링크에 접속해 상품을 받으라는 메시지가 왔다.
링크는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을 사칭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과의 대화창으로 이어졌다.
소개 사진에 재단 로고가 올라와 있고, 소개란에는 재단의 실제 전화번호와 주소가 적혀 있어 언뜻 보면 공식 계정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해당 계정은 "무선 이어폰과 문화상품권 등 원하는 상품을 주겠다"며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받더니 카카오톡 계정까지 잠시 빌려 달라고 했다.
재단 공식 계정에 친구를 추가하는 작업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A군은 "꼭 모든 정보를 알려 줘야 상품을 보낼 수 있다고도 했고,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내 줬다"고 말했다.
이튿날 아침 A군의 카카오톡 계정 비밀번호가 갑자기 바뀌어 있었다.
A군이 접속하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가 그의 계정을 이용해 초등학교·중학교 동창 등 6명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뒤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드리겠다"는 광고 메시지를 보냈다.
A군은 "24일 이후 원래 계정에 계속 접속할 수 없는 상태"라며 "다행히 금전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나인 척하면서 주변에 돈을 달라고 할 수도 있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27일 사회복지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복지단체를 사칭해 선물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신종 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7월 재단 사칭 사기에 주의하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8∼9월 플랜코리아, 굿네이버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세이브더칠드런, 컴패션 등도 같은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복지단체를 내세운 피싱 사기는 경찰이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피해 사례를 잘 알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최근에야 등장한 수법으로 보인다.
사이버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수사기관이나 공공기관, 방송국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내세워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오래된 수법이지만 복지단체 사칭 사례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도 "피싱 사기를 모두 내용별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아 개별 피해 사례 파악은 어렵지만, 사이버 고충 민원을 접수하는 118 상담센터에 복지단체 사칭 관련 상담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복지단체를 내세운 사기는 피해자가 자칫 마음을 쉽게 열고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복지단체는 일반적으로 피싱범들이 내세우는 경찰과 검찰 등 권력기관보다 '약자'라는 느낌이 있어 사람들이 경계심과 방어심을 해제하게 된다"며 "남을 돕는 단체가 설마 사기를 치겠냐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내게 이득(상품)도 준다니 더욱 속을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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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6, 2020 at 04:0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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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단체 사칭 신종 SNS 사기 극성…선물 미끼로 개인정보 노려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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